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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학교에서든 회사에서든 형광펜을 손에 쥐는 순간, 왠지 공부를 잘하고 정리를 잘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러나 실제로는 줄을 긋다 보면 페이지는 엉망이 되고, 형광펜은 삐뚤빼뚤, 오히려 가독성을 해치는 일이 더 많다. 왜 내 형광펜은 항상 삐뚤게 그어질까? 왜 남들은 같은 펜으로도 깔끔하게 줄을 긋고, 정리된 느낌을 줄 수 있을까?
문구류는 단순히 쓰는 도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용법’이 존재하는 물건이다. 펜의 각도, 종이의 상태, 손목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결과물에 영향을 미친다. 노트 정리나 회의 메모에서 돋보이기 위해 필요한 건 예쁜 필기구가 아니라, 잘 다루는 능력이다. 이 글에서는 형광펜뿐 아니라 자주 쓰이는 문구류를 ‘잘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 꿀팁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형광펜을 곧고 예쁘게 긋는 법 – 줄의 비밀은 ‘속도’와 ‘각도’에 있다
형광펜이 삐뚤어지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대개는 손목이 불안정하거나, 펜을 너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잘 쓰는 사람들은 형광펜을 쓸 때 두 가지를 반드시 지킨다. 첫째, 펜촉을 종이에 평행하게 밀착시켜 긋는다. 둘째, 펜의 진행 방향과 시선의 위치를 일치시킨다. 즉, 펜이 지나가는 길을 눈으로 정확히 따라가며 천천히 선을 그어주는 것이다.
또한 형광펜을 사용할 때는 ‘압력 조절’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진하게 표시하려고 지나치게 눌러 긋는데, 이로 인해 잉크가 번지거나 종이가 구겨지는 일이 잦다. 오히려 일정한 압력으로 부드럽게,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예쁜 줄을 만든다. 이때 한 손은 펜을, 다른 손은 종이를 가볍게 잡고 고정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더불어 줄이 정확하게 그어지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형광펜 가이드 자’나 ‘포스트잇’을 활용한 임시 자 대용 팁도 추천할 만하다. 포스트잇을 강조하고 싶은 텍스트 위에 살짝 붙인 후, 그 아래로 형광펜을 그으면 선이 깨끗하게 정리된다. 이 방법은 얇은 종이에도 부담을 주지 않아 다이어리 정리나 독서 노트 정리에 특히 유용하다.
메모지, 포스트잇을 깔끔하게 활용하는 법 – 공간의 미학을 이해하라
포스트잇이나 메모지를 활용할 때, 단순히 메모만 적는 것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용성과 미관을 모두 잡고 싶은 이들에게는 조금 더 체계적인 사용법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은 내용의 ‘구획화’이다. 즉, 한 장에 여러 정보를 억지로 넣기보다는 목적별로 나누어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할 일은 연한 노란색 포스트잇에, 긴급 업무는 진한 오렌지 색에 쓰는 방식이다. 이렇게 색상으로 정보의 우선순위를 나누면 한눈에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메모지나 포스트잇은 단순히 책상이나 벽에 붙여두는 용도만 있는 것이 아니다. 회의록이나 수첩의 빈 공간에 붙여서 보완 설명을 적거나, 긴 글 중 핵심만 따로 분리해 붙이면 효율적인 복습 도구가 된다. 잘 쓰는 사람들은 이 점을 활용해 ‘정보의 레이어’를 만든다. 텍스트 안에 정보가, 그 위에 포스트잇이 붙어 보조 역할을 하도록 구조화하는 것이다.
포스트잇의 글씨 정리는 대부분 ‘좌측 정렬’이 핵심이다. 작은 메모지 공간에 중앙 정렬을 하려다 보면 오히려 정보가 산만해지기 쉽다. 따라서 왼쪽에서부터 시작해 일정한 여백을 두고 적어 내려가는 방식이 가독성과 실용성을 모두 만족시킨다. 글씨체는 굳이 예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일정한 간격과 정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볼펜과 연필, 손에 맞는 필기 도구 찾는 법 – 필기감은 결국 습관의 결과다
사람마다 손에 맞는 필기구는 다르다. 어떤 이는 부드러운 유성 볼펜을 선호하고, 어떤 이는 필기감이 묵직한 수성펜이나 만년필을 선호한다. 중요한 것은 본인 손에 맞는 필기구를 찾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유행 따라가기’다. 누군가가 좋다고 했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 쓰다 보면, 오히려 손에 무리가 오고, 글씨체가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
필기구를 고를 때 중요한 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 잉크의 마찰감. 둘째, 펜촉의 두께. 예를 들어, 마찰이 적은 펜은 빠르게 쓸 수 있지만 글씨가 쉽게 번질 수 있다. 반면 마찰이 많은 펜은 손에 힘이 들어가지만 글씨체가 안정된다. 실제로 깔끔한 글씨를 쓰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어떤 마찰감에 익숙한지 명확히 알고, 그것에 맞춰 필기구를 선택한다.
또 하나의 팁은 ‘적응 시간’이다. 새로운 펜을 처음 쓸 때는 누구나 어색하다. 그러나 3일 이상 꾸준히 써보면 손과 펜 사이에 일종의 감각이 생긴다. 이 감각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펜은 별로야’라고 판단하면, 필기구의 잠재력을 느껴보기도 전에 놓쳐버리는 셈이다. 따라서 새 필기구는 최소 2~3일은 실사용 후 평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연필이나 샤프펜슬의 경우, 사람마다 선호하는 심의 경도(HB, 2B 등)가 다르므로, 한 번쯤은 다양한 심을 테스트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필기보다는 스케치나 아이디어 기록을 자주 하는 이들에게는 너무 진한 심보다는 약간 연하지만 부드러운 HB 또는 F심이 적합한 경우가 많다.
문구는 ‘예쁘고 비싼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도구’가 진짜 좋은 것이다. 형광펜이 삐뚤어지는 이유, 포스트잇이 지저분해지는 이유, 글씨체가 불안정해지는 이유는 결국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법’과 ‘습관’에 있다. 잘 쓰는 사람들은 문구를 단순히 쓰는 게 아니라, ‘관리하고 조율’한다. 형광펜은 각도와 속도를 조절하고, 메모는 정보를 구획화하며, 필기구는 손에 익을 때까지 시간을 들인다.
당신이 오늘도 삐뚤어진 형광펜 줄에 한숨을 쉬었다면, 또는 포스트잇이 자꾸 떨어져 나가는 게 불편했다면, 그건 당신이 서툴러서가 아니다. 이제 제대로 써보는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문구는 작지만,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결국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필기감보다도 꺾이지 않는 ‘문구 감각’일지도 모른다.